시간이 재화로서 빛을 발할 때

시간을 투자한 만큼 만들어지는 유동성을 기다리며

이찬희
2 min readJul 11, 2021
출처: Dropbox. https://dropbox.design/article/tips-for-tight-collaboration-within-tight-deadlines

맨날 마시멜로를 집어 먹으려고 하면 ‘참으면 더 줄게’라는 농담을 많이들 한다. 언젠가 그 실험이 틀렸다는 걸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유 없이 참는 것은 솔직히 나이를 몇 개를 먹어도 어렵다.

분명 버티면 된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알고 있지만 참을 수가 없다. 꾹 참고 기다려도 무언가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기 때문에. 참는 동안 쌓이는 화와 불편함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성과와 보상은 이뤄지지 않을 거짓말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마시멜로를 입에 물고 생각을 해봤다. 시간의 가치가 저렴해진 것은 아닐까. 물론, ‘인 타임’ 같은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시간에 투영하는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시간을 부어 어떤 결과값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 나와 있는 것은 아닐까. 태어날 때 물었던 수저를 뒤집어 운명을 바꾸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런 이야기를 싫어한다. 어느 시대에도 그런 것은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회는 보이고 들리는 만큼 체감을 하는데, 그 양이 아주 적다는 생각은 있다.

기다린 만큼 조금이나마 보답을 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익을 내가 좋아하지만 주저해왔던 것에 쓸 수 있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지 않아도 된다면. 그러면 우리는 마시멜로를 참을 수 있을까? 시간은 다시 재화로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시간이 재화로서 빛을 발해서 우리가 더는 시간을 ‘투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면, 그 앞에 주어지는 엄청난 양의 유동성은 우리의 세상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그런 세상이 보고 싶다고. 마시멜로를 베어 무는 그 찰나에 문득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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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이찬희

Written by 이찬희

Building invisible things for visible one — Software Engineer @​AB180. Founder @​sullivanproject.